돈의 위력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속되게 말하자면 ‘돈이 돈을 벌어주는 시대’라고 표현할 정도. 이런 현상이 뚜렷해진 것은 세계화의 물결이 밀려든 이후다. 세계화 바람이 분 곳에서는 ‘대형’만이 살아남는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예컨대 서점이나 슈퍼마켓의 경우 동네 구멍가게 수준은 갈수록 생존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살아남으려면 동네가게도 규모를 키워야 한다.
#소액 모아 중심가서 대형매장 운영
창업에도 ‘규모의 경제’가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우선 규모가 커야 경쟁력 있는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매장이 대형화되면서 소액 투자자인 ‘개미’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개미들도 뚫고 들어가 돈을 벌 수 있는 틈새는 언제나 있는 법. 최근 개미들끼리 뭉치는 이른바 ‘공동창업’이 새로운 창업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미들이 힘을 합치는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코끼리를 이기는 개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동창업 방식을 도입해 업계나 개미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는 ‘와바’를 들 수 있다. 와바는 참숯화로구이 전문점 ‘화로연’을 운영하고 있는 인토외식산업에서 2001년 내놓은 세계맥주전문점. 현재 국내 180개, 해외 6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소액투자자를 모아 규모가 큰 매장을 창업하는 공동투자 방식을 선보였다.
창업은 본사와 투자자들이 4대 6 정도로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본사가 지분을 갖고 운영할 경우 소액투자자 입장에서 그만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본사도 지분참여 투자 리스크 줄여
와바는 지난해 9월 여의도점 오픈을 시작으로 역삼점, 도곡점, 종각점 등 지금까지 4곳을 오픈했다. 화로연 1곳도 공동창업 방식으로 문을 열었다. 가게는 100평 이상이고 상권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개미들이 단독으로 창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가운데 와바 도곡점은 지난해 4월 오픈한 이후 채 1년도 안됐지만 권리금만 5억원가량 붙을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도곡동은 타워팰리스가 상징하듯이 새로운 부유층이 사는 대명사로 통하는 곳. 소액투자자들이 이곳에 160평 매장규모의 창업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도곡점은 보증금 5억원에 월세가 1천만원이 넘는다. 설비비 등을 감안하면 총 창업비용은 개미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이와 같이 공동창업은 개미들이 넘볼 수 없는 곳에 매장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게 최대 매력이다. 즉 본사와 개미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서울 강남의 중심에 와바 매장을 낸 것이다.
도곡점에는 모두 8명의 소액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중소기업 임원, 물류회사 직원, 자영업자 등 직업들도 다양하다. 이들은 각자 2천만~5천만원을 투자해 5~10%씩 모두 55%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45%는 본사가 보유하면서 직영으로 운영한다.
#아이템·브랜드 인지도 꼭 따져봐야
와바의 성공은 빠른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 벤처기업의 경우 투자펀드를 만들어 지난해 12월 와바 종각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더욱이 투자자들이 원할 경우 영업점에서 점장 수습교육을 받고 점장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와바의 공동창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투명한 투자방식과 함께 수익률이 높다는 점. 월 4% 안팎의 비교적 높은 수익을 배분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투자자들은 2~3년 만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더욱이 권리금까지 포함하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도곡점의 경우 5천만원 투자자의 경우 벌써 1억원에 양도하라는 러브콜까지 받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식이나 펀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셈.
다만 공동투자를 하려면 이미 검증된 아이템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회사를 택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본사의 재무상태와 브랜드 인지도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효복 사장은 “투자자들은 본사와 투자위험을 공유하고 또 매장 자체를 별도 법인화해 두었기 때문에 안전하다”면서 “경영실적은 100%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매일 회계 상황을 통보하는 등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한 게 성공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최효찬·사진 정지윤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