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바(wa-bar.co.kr)’를 세계 맥주 전문점 분야 국내 1위 브랜드로 키워낸 이효복(40) 인토외식산업 사장. 현재 212개 가맹점을 확보, 연 매출액 200억원대 기업으로 키워낸 그도 알고 보면 2전3기의 주인공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다며 모두가 들뜬 기분에 빠져있던 1999년. 이효복 사장은 인생의 바닥을 찍고 있었다.
1996년 서울 돈암동 65평 매장에 세운 ‘웨스튼바’의 실패 후 인테리어 사업가로 방향을 튼 그에게 IMF(국제통화기금) 쇼크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1997년 이후 당대 최고의 유행 아이템이었던 ‘콜라텍’ 인테리어를 시작하면서 벌여놨던 공사가 죄다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공사가 올 스톱됐고 돈은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했다. 시쳇말로 ‘쫄딱 망했다’던 웨스튼바에서 날렸던 2억원은 ‘새 발의 피’였다.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란 생각밖에 안 들었다는 게 그의 회고담이다.
떼인 돈을 받으러 부산 밤거리를 전전하면서 느꼈던 자살 충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부산 서면의 여관방에서 밤새 잠 못 이루다 먼동이 트기 전 그 느낌. 말 그대로 항해사를 잃은 ‘난파선’ 격이었다.
나약해진 그를 위로한 건 교회였고 그를 재기에 나서게 한 힘은 가족에게서 나왔다. 방향을 잃고 정처 없이 걷던 어느 날 새벽. 그는 부산의 한 교회 입구에 붙여진 성경 글귀를 바라봤다.
‘수고하고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장28절 말씀이다. 교회 안에 들어가 울면서 무릎을 꿇었다. 그 길로 상경했다.
아내와 아이는 처갓집에 맡기고 재기를 위해 마구잡이로 뛰어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로부터 호출이 왔다. “호원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요….”
병명은 강박증. 원인은 아빠에 있었다. 근 2년간 아이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자책감이 쏠려왔다. 이를 악물었다. 그 때의 기억은 다시 말하고 싶지 않은 이 사장의 과거다.
그렇게 그는 세기말 재기에 목말랐던 실패한 사업가였다. 그에게 21세기는 희망을 안겨줬다. ‘한번 와서 봐라’는 뜻의 ‘와바’를 서울 신문로에 냈던 게 2000년 12월.
직영점도 낼 수없는 형편이라 1호점부터 가맹점이었다. 2001년 5월까지 직영점도 없이 6개월간 10호점을 개설해준 그는 2001년 8월 인토(人土)외식산업이란 법인을 설립, 프랜차이즈로 나서게 됐다. 인토는 말 그대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그가 6년여 와바 사업 중 개설해준 점포는 직영점 포함, 212개다. 그 가운데 26개가 폐점됐다. 6년간 폐점율 12%. 상당히 괜찮은 성적표다. 폐점 점포를 밝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이다. 현재는 와바 외 고깃집 프랜차이즈 ‘화로연(7개)’과 제 3 브랜드인 ‘뚝탁(뚝배기와 탁주, 3개’)까지 확장 중에 있다. 정보철 FR리더스 대표는 “이효복 사장은 잡초 같은 근성을 가진 사업가”라며 “지금까지 만나본 수백 명의 프랜차이즈 오너 중 앞으로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경영자”라고 평가한다.
여기서 잠깐 그의 사업 역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를 평가하는 중요 잣대가 다양한 사업 경험에서 쌓아온 ‘비즈니스 이력’ 때문이다. ‘사업이 되겠다’ 하는 감각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학생 시절부터 ‘청개구리’ 기질을 보여 왔다. 대학 졸업반 때도 취업에 매달린 친구들과 달리 그는 ‘장사’에 정신 팔려있었다. 그가 8년째 기르고 있는 ‘꽁지머리’도 알고 보면 ‘마케팅’ 수단이다. “한 번 보면 상대가 잊지 않는다”는 게 그의 표현이다.
실제 그는 나이 사십에 벌써 사업 경력만 17년이다. 송추 방위시절 남대문서 ‘알바’를 했던 그는 남대문에서 첫 사업에 손을 댔다. 1989년 남대문시장 페인트타운 91호 판매점원 알바 100일째 되는 날 ‘사표’를 내고 ‘생수’ 장사에 뛰어들었다.
지하 매장 특성상 1시간만 지나도 목이 칼칼해지는 경험에 착안,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물장사’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는 요즘처럼 ‘삼다수’ 같은 생수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그때 나이가 23세. 용돈 100만원을 모아 냉장고 하나 달랑 들고 시작한 첫 사업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양조장을 하셨고 아버지께선 제약업체 사장을 하신 분이죠. 이렇게 ‘거친’ 사업은 제가 처음 한 셈이죠.”
집안 성화에 못 이겨 1992년 복학한 그는 모든 수업을 야간으로 신청했다. 낮엔 부동산 브로커 ‘영업’을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994년 졸업 후 택한 길도 취업이 아니라 자영업. 부동산 브로커 생활을 하며 모아둔 종자돈 2100만원으로 서울 정릉1동 주택가에 ‘책대여점’을 개업한 것. 이후 비디오방, 포켓볼장, 노래방, 소주방 등 당시 ‘된다’ 하는 아이템은 죄다 손을 댔다.
그는 “권리금 없이 들어가 매출 좀 올려놓으면 수천만원씩 권리금을 챙겨 ‘업종 갈아타기’를 한 것”이라며 “돌이켜보면 헛장사를 한 셈”이라고 웃는다. 그의 손에 떨어진 자금이 당시 2억원. 그 돈을 1996년 돈암동 ‘웨스튼바’로 고스란히 날렸던 것이다.
그에게 ‘실패의 의미’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성공의 디딤돌’이라 했다. 한창 잘 나갈 땐 ‘내가 최고’란 생각도 했지만 실패를 통해 겸손한 사람이 됐고 그게 재기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웨스튼바 실패 후 번듯한 간판 하나 없이 인테리어로 다시 일어선 힘도 ‘사람 좋고 일 열심히 한다’는 주위 평판이었고 ‘와바’로 대박을 낸 비결도 알게 모르게 지인들 도움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보는 감각과 실력은 기본이다.
꿈을 물어봤다. 대답은 “M&A를 통해 프랜차이즈 대기업이 되고 싶다”는 말이 돌아왔다. 한 사람이 2~3개 히트 브랜드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소공동 뚝배기’를 인수했고 현재도 몇몇 회사를 검토 중에 있다. 최근 홍콩에서 한식 패스트푸드 점포 4개를 인수하며 프랜차이즈 ‘수출’도 시도 중이다.
인생 중 가장 힘들었을 때 만나서 그런지 그는 일요일이면 교회 ‘집사’ 활동도 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