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세계 맥주 ‘명가’
시장점유율 갈수록 ‘쑥쑥’… 글로벌 외식 대기업 ‘부푼 꿈’
국내 최대의 세계 맥주 전문점인 와바(WABAR)는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연구 대상’으로 꼽힌다.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런칭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후 지금까지 220여 개의 가맹점이 문을 열었다. 그 가운데 문을 닫은 매장은 불과 10% 언저리에 머문다.
와바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맥주 전문점이라는 업태가 한때 붐을 이루었다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지만 와바는 오히려 더욱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는 ‘입소문’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데다 가맹점이 많아지면서 보다 다양한 맥주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이 더욱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경쟁사의 위축으로 주인을 잃은 시장을 흡수하고 있는 것도 성장 비결의 하나다.
이효복 인토외식산업 사장(40)은 “와바는 호프집과 바의 틈새를 노린 콘셉트였는데 기대한 것보다 틈새가 크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와바의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고객이 찾고 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오래가는 인테리어로 승부]
이 사장은 갈수록 힘이 붙는 와바의 성공 비결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와바의 성공은 철저한 전략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급성장하는 브랜드보다 ‘망하지 않는 브랜드’를 염두에 둔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다.
먼저 인테리어. 이 사장은 주점의 성공 여부는 80%가 점포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망설이지 않고 점포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이 주점 창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반면 맛은 평균 정도면 된다.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20% 남짓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점포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이냐다. 목 좋은 곳의 눈에 잘 띄는 매장을 얻는다면 좋겠지만 이런 점포는 비싸다. 이 사장은 인테리어에서 해답을 찾았다. 조금 후미지더라도 독특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여기에 하나 더. 오래 돼도 낡아 보이지 않는 인테리어 콘셉트를 찾아야 했다. 와바의 웨스턴 바 스타일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와바의 인테리어 콘셉트를 웨스턴바로 정하자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어요. 당시 유행은 젠 스타일이었는데 왜 촌스러운 웨스턴바를 하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젠 스타일은 한때의 유행일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유행이 지나면 다른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개발해야 해요. 그렇게 되면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너무 크죠. 반면 웨스턴 바는 오래 돼도 낡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테리어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와바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입니다.”
매장 시스템을 바꾼 것도 획기적인 시도였다. 와바 런칭 당시 맥주 전문점은 대부분 바텐더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능력 있는 바텐더에 의해 매출이 널뛰기를 했다. 안정적인 경영은 기대하기 힘든 형태인 것이다. 바텐더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정작 손에 남는 돈은 많지 않았다.
“바텐더 없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죠. 고민 끝에 보다 다채로운 맥주로 승부를 내자고 결정했습니다.”
[준비 덜 된 창업 ‘No’]
사실 와바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도 있었다.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점포를 내줬다면 가맹점이 못해도 2배는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본사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신규 점포 개설은 애당초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와바의 더디지만 꾸준한 성장은 이 사장의 이런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경영 철학에서 비롯되는 면이 적지 않다. 이 사장의 신중한 자세는 와바 이후의 신규 브랜드 런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참숯화로 구이 전문점인 ‘화로연’과 창작 전통 요리 주가인 ‘뚝배기탁배기(이하 뚝탁)’는 이 사장이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예비 ‘대박 아이템’이지만 런칭 이후 가맹점 모집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준비가 덜 끝났다는 게 이유다.
“메뉴 개발, 수익 모델, 운영 시스템, 시장 상황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가맹점을 모으지 않을 겁니다. 직영점을 성공시켜 수익성을 검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창업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경험을 통한 노하우로 하는 것입니다.”
이 사장은 이제야 겨우 화로연과 뚝탁의 가맹점 모집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사업성을 검증하는 데 화로연이 2년, 뚝탁은 1년이 걸렸다. 아무리 잘해봐야 80점 정도의 수준일 뿐인 가맹점에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발견하기 위한 절치부심의 시간이었다.
“술장사를 하다 밥장사를 하려니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화를 위해선 맛의 표준화가 필요한데 이게 쉽지 않더군요. 수익률도 충분치 않고요. 이제 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은 만큼 본격적으로 가맹점을 모을 계획입니다. 획기적인 메뉴도 개발이 됐고요.”
뚝탁의 경우에도 수익성 개발이 관건이었다. 우선 인간문화재가 100% 우리 쌀로 빚은 ‘참살이 탁주’를 간판으로 내세워 객단가를 높일 수 있었다. 여기에 ‘소공동뚝배기’를 접목해 밥장사를 겸하게 했다. 이를 위해 ‘소공동뚝배기’의 라이선스를 취득, ‘맛’을 전수받아 표준화된 소스를 개발, 가맹점에 공급한다. 가맹점이 30개 이상 모이면 아예 완제품을 공급할 방침이다.
“와바 이후의 브랜드는 ‘형에게 누가 되지 않는 아우’라는 원칙 아래 개발됩니다. 이전 브랜드를 깎아먹는 대신 서로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관계여야 합니다. 화로연에서 밥을 먹고 와바를 가거나 뚝탁에서 1차를 하고 와바에서 2차를 하는 관계가 돼야 하죠. 실제로 서울 길동의 한 건물에 와바와 뚝탁이 함께 입주해 있는데 시너지가 대단합니다.”
이 사장의 주도면밀한 전략과 신중한 자세는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후 8개나 되는 점포를 운영하면서 자신감에 충만해 있던 ‘어린 이 사장’은 알거지가 될 정도로 사업에 실패한 후 ‘노련한 이 사장’이 됐다. 실패를 통해 돈은 잃었지만 평생의 자산을 얻은 셈이다.
“노점상을 한 적이 있는데 꽤 괜찮았어요. 그때부터 아무리 어려워도 먹고 살 자신은 있었어요. 큰 실패를 한 후에도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이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이 사장’의 꿈은 한국 외식 업계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것이다. 맥도날드나 서브웨이처럼 프랜차이즈로 글로벌 대기업이 되겠다는 것. 이미 첫 삽은 떴다. 홍콩에 한식 패스트푸드점인 ‘도시락’을 오픈한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프랜차이즈로 대기업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해외에서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죠. 도시락으로 작게 출발했지만 큰 기업을 일굴 각오입니다.” 신중한 이 사장이 풀어내는 글로벌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